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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독자마당] 즐거운 저녁 한때

오늘은 특별한 날인 것 같다. 아들이 부엌에 들어가 있다. 아들과 며느리의 대회가 즐겁다. 요즘 젊은이들은 유튜브를 보고 여러 가지를 배운다. 아들, 며느리도 유튜브를 보며 요리를 하는 것 같다. 들여다보니 커다란 아귀 한 마리가 도마 위에 놓여 있고 아들은 화면을 보며 아귀를 손질하고 있다. 며느리가 일곱 식구의 대가족을 위해 아귀찜을 한다고 큰 것으로 한 마리 사 온 것이다. 나는 유난히 아귀찜을 좋아한다.    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것 같은 네모난 칼을 들고 있는 아들이 요리 전문가처럼 보인다. 아귀는 커다란 입이 특징이다. “야! 이놈 봐라. 물기를 3마리나 먹었네.” 아들이 작은 물고기를 아귀의 입에서 꺼내 놓는다. 잘 다듬어 깨끗이 씻어 놓은 살이 제법 푸짐하다. 콩나물을 한 소쿠리 씻어 놓은 며느리는 요리를 시작한다. 아귀찜은 콩나물 먹는 맛이 일품이다.     얼마 후 우리 부부의 방문이 열리고 “할머니, 할아버지 식사하세요”하며 막내 손녀가 다녀간다. 방문을 열고 나가니 아귀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. 7명이 둘러앉은 식탁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찜 냄비의 뚜껑을 여니 아귀찜이 풍성하다. 각자 큰 집게와 주걱으로 아귀찜을 접시로 계속 가져간다. 열심히 먹느라 대화도 중단된다. 콩나물이 맛이 있어 나는 계속 콩나물을 퍼 나른다. “어머니 이 살도 잡수세요.” 며느리가 한 덩이의 살을 내 접시에 담아준다. “에미야 너도 먹으렴.” 어느새 큰 찜 냄비가 바닥을 보인다.   며느리는 무슨 요리든 못하는 것이 없다. 22년간 우리 집의 훌륭한 주방장으로 명성을 쌓아왔다. “잘 먹었습니다.” 손주 3명이 각자의 빈 접시를 들고 일어나며 인사를 한다. “에미야. 나도 맛있게 잘 먹었다.” 모두를 잘 먹었다는 말로 서로 인사를 나눈다. 즐거운 저녁이다. 정현숙 / LA독자마당 저녁 아귀찜 냄새 아들 며느리 저녁 한때

2023-02-14

[독자 마당] 파피꽃은 다시 피고

 아름다운 계절 4월이 다시 찾아왔다. 5년 전 4월 파피꽃 단지가 장관을 이뤘다는 신문기사에 마침 방학으로 쉬고 있던 3명의 손주를 데리고 구경에 나섰다.     집에 있는 것보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게 하고 싶었고, 어디론가 차를 타고 떠나는 기분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. 아침 일찍부터 며느리는 김밥을 싸고 과일과 음료수를 준비해 시끌벅적하게 떠났다. 그날 파피꽃 동산을 뛰어다니는 손주들을 보며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뛰어다니며 즐거웠다.     그 이듬해에는 노인 친구들 몇이서 떠났다. 멋 부리며 쓰고 간 안경과 모자에 한껏 자세를 취해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마스크 쓰지 않은 옛날 모습이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.     그 이후 코로나가 우리의 발목을 잡아 놓아 노인들은 마치 금족령이 내려진 것처럼 꼼짝 못하고 있다.     그때 뛰놀던  손주들은 이제 13살, 16살, 18살이 되었고 큰 손녀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.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자고 해도 따라가기 않을 나이가 된 것 같다.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뛰어 놀던 꼬마들이 이젠 키도 우리를 훌쩍 넘어버린 청소년이 되었다.     씽씽 운전하고 다녀왔던 76세 할아버지가 81세가 됐고 집에 먼지 쓰며 세워뒀던 차는 언제 운전할 지 모른다는 아들 며느리의 말에 두말 없이 처분했다. 필요할 땐 며느리 차를 빌려 병원에 다녀오지만 이젠 장거리 운전은 자녀들이 못하게 막는다.     세월만 흘러간 것이 아니라 정상적이던 모든 생활도 많이 변해 갔다. 그래도 올 봄 다시 아름다운 4월의 경치가 신문에 실리고 TV뉴스에 화려하게 나오면 마스크라도 쓰고 바람이라도 쐬러 가고 싶다. 파피꽃은 올봄에도 활짝 피어 우리를 부르겠지만 5년 전과 같은 기분이 나려나 모르겠다. 예쁜 색 새 모자나 준비해 두어야겠다.  정현숙 / LA독자 마당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며느리 장거리 운전

2022-04-1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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